연금저축 가입자라면 한 번쯤 통장을 들여다보며 "은퇴하면 매달 얼마나 받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40대 후반 이모씨(가명)도 그랬다. 국세청 홈택스와 연금저축 판매사 앱의 예상 수령액 조회 기능을 번갈아 눌러보다가, 두 숫자가 꽤 다르게 나와 당황했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이씨는 10년 넘게 연금저축펀드에 매달 일정액을 납입해온 가입자였다. 은퇴 시점을 5~10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이 궁금해졌다. 문제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조회 도구마다, 가정하는 수익률에 따라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어떤 화면에서는 낙관적인 수익률을 기본값으로 깔아 두고 있었고, 다른 화면에서는 보수적인 값을 쓰고 있었다. 같은 납입 이력인데 결과 범위가 크게 벌어지니,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까지 함께 열어, 세 곳의 조회 결과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기로 했다.
시뮬레이션은 이렇게 해봤다
이씨는 우선 홈택스에서 그동안의 납입 내역과 세액공제 받은 금액부터 확인했다. 그다음 가입한 금융사 앱의 '예상 연금액 조회' 메뉴로 들어가, 가정 수익률을 낮은 값·중간값·높은 값으로 각각 바꿔가며 결과를 세 번 뽑아봤다.
수령 기간도 10년, 20년, 종신형으로 나눠 비교했다. 수령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회차당 금액은 줄고, 짧게 잡을수록 늘어나는 구조라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다.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연금 계좌를 한 화면에서 합산해 보여줬는데, 개별 앱에서 본 숫자와 합산 화면의 숫자가 또 미묘하게 달랐다. 이씨는 조회 시점과 반영되는 정보 범위가 도구마다 다르기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세 번의 시뮬레이션 결과, 월 수령액은 가정에 따라 몇만 원대에서 몇십만 원대까지 폭이 크게 벌어졌다. 이씨는 그제야 예상 수령액이 확정 금액이 아니라 가정 위에 세운 추정치라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세금이었다. 연금저축은 납입할 때 세액공제(낸 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 혜택)를 받지만,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는 연금소득세가 새로 부과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또 하나는 중도해지 문제였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해지하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이 기타소득세라는 형태로 상당 부분 다시 빠져나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사적연금 수령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시뮬레이션 화면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세금 구조는 예상 수령액 조회 화면에 친절히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가 상승 부분도 뒤늦게 짚었다.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화면은 지금 시점 금액 기준으로 결과를 보여줄 뿐, 수십 년 뒤 실제 구매력까지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걸 상담을 받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연금 전문가들은 예상 수령액을 볼 때 한 가지 수익률 가정만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낮은 가정, 중간 가정, 높은 가정을 각각 놓고 범위로 이해하는 편이 실제 계획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세액공제 한도와 연금소득세, 종합과세 기준을 함께 따져봐야 실수령액에 가까운 그림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수령 기간(10년·20년·종신형)에 따라 회차별 금액이 달라지므로, 다른 소득이나 생활비 계획과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여러 계좌를 갖고 있다면 개별 조회보다 통합연금포털 같은 합산 조회를 함께 참고하는 편이 전체 그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말한다.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용 추정치이며, 가입한 상품의 구조와 세제, 개인 상황에 따라 실제 수령액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는다.
결론
이씨는 이번 경험을 통해 예상 수령액 조회를 '정답 확인'이 아니라 '범위 파악'으로 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숫자 하나에 안심하거나 실망하기보다, 여러 가정을 함께 놓고 비교하는 습관이 실제 은퇴 준비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