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에서 20년 가까이 연금저축신탁을 부어온 60대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담당 직원에게서 이 상품은 더 이상 신규 가입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이미 넣고 있던 돈은 어떻게 되는지, 갈아타야 하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시점이라 더 조급했고, 주변에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을 듣기 어려웠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부부는 2010년대 초반 은행 창구에서 연금저축신탁(은행이 신탁 방식으로 자산을 굴려주는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했다. 매달 일정액을 자동이체로 넣으며 세액공제(연말정산 때 낸 세금 일부를 돌려받는 혜택)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품 구조나 운용 방식은 굳이 따져본 적이 없었고, 은행 직원이 권하는 대로 서명한 게 전부였다.
2018년부터 은행권에서 연금저축신탁 신규 판매가 중단되면서, 기존 가입자는 추가 납입은 가능하지만 상품 구조 자체가 점점 위축되는 흐름을 맞았다. 부부는 매년 받던 운용보고서를 보다가 수익률 흐름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상담을 신청했다.
예를 들어 남편 계좌는 원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었고, 아내 계좌는 그보다도 정체된 모습이었다. 두 계좌 모두 매달 자동이체로만 채워졌을 뿐, 안에 담긴 상품이 무엇인지 세부 내역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 돈이 은퇴 후 생활비로 쓰일 돈이라는 걸 떠올리자 불안해졌고, 그제야 계좌 명세서를 처음부터 다시 펼쳐 봤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상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계약이전제도(연금저축 계좌를 세제 혜택은 유지한 채 다른 금융회사나 다른 유형 상품으로 옮기는 절차)였다. 신탁 계좌를 그냥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를 다시 반납해야 할 수 있어서, 해지가 아니라 이전이 핵심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 구분 | 연금저축신탁 | 연금저축펀드 | 연금저축보험 |
|---|---|---|---|
| 운용 주체 | 은행(신탁) | 증권사(펀드) | 보험사 |
| 신규 가입 | 중단 | 가능 | 가능 |
| 원금 손실 가능성 | 구조상 낮은 편 | 투자 성과에 따라 있음 | 중도해지 시 있음 |
| 수익 방식 | 실적배당(확정 아님) | 실적배당(확정 아님) | 공시이율 등 연동 |
| 어울리는 성향 | 변화를 원치 않는 경우 | 장기·변동성 감내 가능한 경우 | 안정적 흐름을 원하는 경우 |
부부는 계좌를 나눠서 옮기기로 했다. 남편 몫은 연금저축펀드로, 아내 몫은 연금저축보험으로 이전을 신청했다. 서류는 이전받을 금융회사에서 계약이전 신청서를 작성하면 됐고, 기존 은행 계좌를 따로 해지 신고할 필요는 없었다.
이전 처리까지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가 걸린다는 안내도 받았고, 그 기간 동안 자동이체는 잠시 멈춰두는 편이 낫다는 팁도 들었다. 이전 신청서에 어떤 상품으로 받을지까지 함께 적어야 해서, 미리 상품 종류를 정해두고 가는 게 시간을 줄이는 길이었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세액공제 한도였다. 부부는 각자 연금저축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연금저축과 퇴직연금계좌(IRP,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개인 명의로 적립·운용하는 계좌)를 합산해서 공제 한도가 계산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동안 각각 다른 한도인 줄 알고 두 계좌를 별개로 관리해 온 셈이었다.
또 하나는 수수료와 선택의 구조였다. 신탁은 은행이 알아서 운용해 주는 느낌이었지만, 펀드로 옮기면 어떤 펀드에 넣을지 본인이 직접 골라야 한다는 점을 처음엔 몰랐다. 아무 상품이나 고르면 되는 게 아니라, 위험도와 수수료를 직접 비교해야 하는 구조였다.
남편은 처음 두 달 동안 상품 설명서만 세 번을 다시 읽었다고 했다. 아내는 반대로 보험형을 택하면서 공시이율이 매달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됐고, 중도에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 일부를 추징당할 수 있다는 설명도 처음 들었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보험·재무 상담에서는 보통 이렇게 접근한다. 은퇴 시점까지 남은 기간이 길고 변동성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면 연금저축펀드 비중을 늘려보는 선택지를 검토한다. 반대로 원금 변동을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연금저축보험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향도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은퇴까지 15년 이상 남은 40대라면 펀드 비중을 좀 더 두고, 은퇴가 몇 년 안 남은 60대라면 보험이나 안정형 상품 비중을 늘리는 식의 접근을 흔히 권한다. 다만 어느 한쪽이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남은 가입 기간, 이미 넣은 금액, 세액공제 한도를 함께 놓고 계좌 구조를 다시 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계약이전은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번거로운 만큼, 최소 두 곳 이상에서 설명을 들어보고 비교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부부 역시 은행 한 곳 설명만 듣고 바로 결정하지 않고, 다른 금융회사 상담을 한 번 더 거친 뒤에야 이전을 신청했다. 상담을 두 번 거치면서 처음 들었던 설명과 다른 부분을 비교해 보니 놓쳤던 조건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결론
연금저축신탁은 신규 판매가 끊겼을 뿐, 가입자 보호 장치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방치하기보다는 계약이전 절차를 한 번쯤 점검해 보는 편이 나중의 불안을 줄이는 길이다. 부부는 지금도 반기마다 운용 내역을 한 번씩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고, 이전 이후로는 계좌 안에 어떤 상품이 담겨 있는지도 함께 챙겨보게 됐다. 무엇보다 서둘러 해지부터 하지 않고 이전이라는 선택지부터 확인한 게, 결과적으로 가장 잘한 판단이었다고 부부는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