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김모 씨는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하면서 퇴직연금 계좌를 새로 받았다. 전 직장은 DB형(확정급여형, 퇴직 시 받을 금액이 미리 정해진 방식)이었는데 새 회사는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년 정해진 금액을 넣어주고 운용은 직원이 직접 정하는 방식)이었다. 입사 서류에 국민은행 계좌 개설 안내가 섞여 있었지만 정확히 뭘 하라는 건지는 알기 어려웠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DC형은 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직원 개인 명의 계좌에 넣어준다. 문제는 그 돈을 어디에 굴릴지 선택하는 일을 회사가 아니라 직원 본인이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씨는 입사 초기 서류에 서명만 하고 넘어갔다.
그 결과 국민은행에서 기본값으로 잡아준 원리금보장형(예금처럼 이자가 정해진 안전한 운용상품) 상태로 계좌가 몇 년간 그대로 방치됐다. 회사가 매년 넣어주는 돈은 꼬박꼬박 쌓였지만, 정작 그 돈을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직하고도 한참 지나서야 퇴직연금 안내 우편물을 보고서야 내 퇴직금이 국민은행에 있는데 손도 안 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온라인뱅킹 앱에 들어가 계좌 상태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먼저 국민은행 앱과 창구를 통해 현재 운용 현황을 확인했다. 적립금은 매년 조금씩 쌓여 수백만원대 규모가 되어 있었지만, 수익률은 예금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회사 인사팀에도 문의해 본인 계좌가 DC형이 맞는지, 매년 납입되는 금액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인사팀 답변만으로는 부족해 국민은행 상담 창구에서 한 번 더 설명을 들었다.
이후 국민은행 창구에서 운용지시(적립금을 어떤 상품에 얼마나 배분할지 직접 지정하는 절차)를 새로 넣었다. 원리금보장형 비중을 일부 남기고 나머지는 펀드형 상품으로 나눠 담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상품설명서와 위험등급을 하나씩 확인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처음 보는 용어가 많아 창구 직원에게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야 했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DB형과 DC형의 차이였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고 퇴직 시 받을 금액이 근속연수와 급여 기준으로 정해진다. 반면 DC형은 운용 성과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또 하나는 이직할 때마다 계좌를 그대로 둬도 되는지 여부였다. 실제로는 새 직장으로 옮기면 이전 계좌의 적립금이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급여를 개인이 모아 관리하는 별도 계좌) 계좌로 이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계좌를 나중에 하나씩 찾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계좌를 한 곳으로 모아두지 않으면 전체 적립금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에 체감한 부분이다. IRP 계좌에 별도로 돈을 더 넣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DC형 가입자라면 계좌를 개설한 뒤에도 운용 현황을 정기적으로 들여다보는 편이 안전하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퇴직연금사업자(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현재 적립금과 운용상품 구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두고 있다.
운용지시를 원리금보장형에만 묶어두면 안정적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펀드형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면 시장 변동성을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본인의 은퇴 시점과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먼저 정리한 뒤 배분 비율을 정하는 순서가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이직이 잦은 직군이라면 흩어진 퇴직연금·IRP 계좌를 주기적으로 통합 조회해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서서히 낮춰가는 방식도 자주 언급되는 조언 중 하나다.
결론
퇴직연금은 가입만 해두고 잊어버리기 쉬운 상품이다. 국민은행이든 다른 금융회사든 DC형 계좌를 갖고 있다면, 방치보다는 정기적으로 들여다보는 습관이 노후 자금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