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제도를 처음 접하는 소규모 사업장 대표라면 DB형, DC형, 기업형 IRP(개인형 퇴직연금)라는 용어 앞에서 혼란을 느끼기 쉽습니다. 특히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은 기업형 IRP를 퇴직급여제도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과 구조적으로 어떻게 갈리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업형 IRP의 기본 구조를 정리하고, DB형·DC형과의 차이를 비교 기준별로 분석합니다.
기업형 IRP의 기본 구조
기업형 IRP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이 도입할 수 있는 퇴직급여제도입니다.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 절차를 일일이 거치지 않고, 근로자대표의 동의만으로 전체 근로자를 하나의 제도에 가입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구조상으로는 확정기여형(DC형, 사용자가 매년 정해진 부담금을 납입하고 근로자가 운용을 지시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사용자가 매년 정해진 부담금을 근로자 명의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납입하고, 적립금 운용은 근로자가 직접 지시합니다. DC형이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별도의 퇴직연금규약을 마련해야 하는 것과 달리, 기업형 IRP는 도입 절차가 간소화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형 IRP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 수준도 DC형과 같은 기준을 따릅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매년 정기적으로 납입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이 금액이 근로자 명의의 IRP 계좌로 이체됩니다. 근로자는 여기에 추가로 자기 부담금을 납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유형별 비교표
DB형, DC형, 기업형 IRP는 부담금을 정하는 방식과 운용 주체가 다릅니다. 아래 표는 세 가지 제도를 도입 요건과 운용 책임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구분 | DB형(확정급여형) | DC형(확정기여형) | 기업형 IRP |
|---|---|---|---|
| 도입 가능 사업장 | 제한 없음 | 제한 없음 |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
| 부담금 결정 방식 | 퇴직 시 지급할 급여 수준을 미리 확정 | 매년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사용자가 납입 | DC형과 동일한 방식으로 납입 |
| 운용 지시 주체 | 사용자(회사) | 근로자 | 근로자 |
| 운용 결과 책임 | 회사가 부담(근로자 수령액은 변동 없음) | 근로자가 부담(운용 성과에 따라 수령액 변동) | 근로자가 부담 |
| 도입 절차 | 퇴직연금규약 신고 필요 | 퇴직연금규약 신고 필요 | 근로자대표 동의로 간소화 |
비교 기준 해설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입니다. DB형은 회사가 정해진 급여를 보장하는 구조여서 운용 성과가 나빠도 근로자가 받을 금액은 바뀌지 않습니다. 반면 DC형과 기업형 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내리는 만큼, 선택한 상품의 성과가 그대로 수령액에 반영됩니다.
기업형 IRP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로 나뉘며 제공하는 운용상품 라인업에 차이가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는 예금, 이율보증형보험 같은 원리금보장상품(만기에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하기로 정한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증권사는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 선택지가 더 다양하게 갖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취급기관별 상품 구성의 경향일 뿐, 동일 업권 안에서도 회사마다 라인업 차이가 크므로 가입 전 상품설명서로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수수료 구조도 비교 포인트입니다. 기업형 IRP는 통상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로 구성되며, 취급기관과 상품 유형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집니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부분과 근로자가 추가 납입한 금액에 대해 부과되는 부분이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계약 전에 수수료 부과 기준을 항목별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업주가 납입한 부담금은 전액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세무상 이점도 있습니다. 이는 DB형, DC형, 기업형 IRP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어서 특정 제도만의 차별점은 아닙니다.
헷갈리는 지점
기업형 IRP와 개인형 IRP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가입 주체가 다릅니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 본인이 자율적으로 개설해 퇴직금을 이전받거나 추가 납입하는 계좌이고, 기업형 IRP는 회사가 퇴직급여제도로 도입해 근로자 전원을 가입시키는 방식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두 계좌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세액공제와 관련해서도 혼동이 잦습니다. 연금저축과 IRP에 납입한 금액은 합산해 세액공제 한도가 적용되며, 이 한도는 연간 900만원으로 법에서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사용자가 기업형 IRP에 납입한 부담금은 근로소득으로 보지 않는 항목이어서, 근로자 개인이 추가로 납입한 금액의 세액공제 한도 계산과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 제도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퇴직금은 회사가 사내에 적립해 두었다가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고, 기업형 IRP를 포함한 퇴직연금 제도는 적립금을 사외 금융기관에 예치해 운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사외 적립 구조여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기업형 IRP는 소규모 사업장이 도입 부담을 줄이면서 퇴직연금 제도를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이지만, DC형과 마찬가지로 운용 성과에 대한 책임은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 취급기관별 상품 라인업과 수수료 구조를 직접 비교한 뒤 결정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