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앞두고 퇴직금을 받으려던 50대 초반 박모 씨는 예상과 다른 통보를 받았다. 회사 인사팀에서 "퇴직금은 통장이 아니라 개인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로 나갑니다"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계좌를 만든 적도 없는데 갑자기 IRP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박씨는 15년 넘게 다닌 회사를 떠나며 퇴직금 일부를 당장 생활비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인사 담당자는 만 55세가 되지 않으면 퇴직금을 곧장 개인 계좌로 받을 수 없고, 원칙적으로 개인형 IRP 계좌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했다.
박씨는 IRP가 연금저축과 비슷한 상품인 줄로만 알았지, 퇴직금 수령 과정에서 사실상 거쳐야 하는 계좌라는 점은 처음 들었다. 급하게 은행과 증권사 몇 곳에 전화를 돌려 계좌부터 열어야 했고, 서류를 준비하는 며칠 동안 퇴직 처리 일정도 함께 조율해야 했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박씨는 퇴직 예정일 전에 IRP 계좌부터 개설했다. 은행 두 곳과 증권사 한 곳의 조건을 비교했는데, 운용 가능한 상품 종류와 계좌 유지 수수료,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범위가 회사마다 조금씩 달랐다.
퇴직금이 IRP 계좌로 입금된 뒤에는 예금형으로 둘지,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옮길지 스스로 운용 지시를 내려야 했다. 가만히 두면 대기성 자금으로 머무는 구조라,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선택의 하나라는 설명을 들었다. 당장 급하지 않은 부분은 예금형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로 했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세금이었다. IRP 계좌에 있는 퇴직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면 원래 내야 할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부담하지만,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세율 구조가 달라진다는 설명을 뒤늦게 들었다.
또 하나는 중도인출 조건이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 장기 요양, 개인회생·파산 같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IRP 자금을 마음대로 꺼내 쓰기 어렵다는 점도 처음 알았다. 단순히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출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로 소액이거나 이미 만 55세를 넘긴 경우에는 IRP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예외 조건도 있었는데, 박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계좌를 개설할 수밖에 없었다. 계좌를 새로 열지, 기존에 갖고 있던 연금저축 계좌를 활용할 수 있는지도 한동안 헷갈렸던 지점이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보험·연금 설계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IRP를 급하게 만들기보다 퇴직 시점 전에 미리 계좌 성격을 파악해두라고 조언한다. 운용사별로 취급 가능한 상품군, 계좌 유지 수수료, 이체·해지 절차가 차이 나기 때문이다.
또한 전액 일시금 인출과 연금 형태 수령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도 짚는다. 다른 소득 유무, 예상 은퇴 시기, 당장 필요한 자금 규모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구조여서, 단정적으로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IRP 계좌를 이미 보유한 경우라면 기존 계좌로 퇴직금을 받을지, 새 계좌를 열지도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계좌 수수료나 운용 상품 구성이 계좌마다 달라서, 나중에 옮기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박씨는 결국 IRP 계좌 절반은 예금형으로, 절반은 연금 수령을 염두에 두고 남겨두는 쪽으로 정리했다. 퇴직금을 받는 방식 하나에도 세금과 인출 조건이 얽혀 있다는 걸 겪어보고서야 체감했다고 한다.
퇴직금이 IRP 계좌로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그냥 방치해도 되는 돈이 아니라, 스스로 운용 방향을 정해야 하는 자산으로 성격이 바뀐다는 점이 이번 일의 핵심이었다. 계좌를 열기 전에 조건부터 비교해보는 편이 나중에 후회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