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58세, 가명)는 지난달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퇴직했다. 퇴직금 통지서를 받아든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돈을 어떻게 받아야 세금을 덜 낼까였다. 회사 인사팀에서는 개인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로 퇴직금이 이체된다고 안내했지만 정확히 어떤 절차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박씨는 퇴직 전까지 IRP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회사 규정상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IRP 계좌로 이체된다는 사실도 퇴직 면담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
문제는 어느 금융사에 계좌를 열어야 하는지, 이미 다니던 은행에 계좌가 있는데 또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사팀은 계좌번호만 알려달라고 했고, 상품 선택이나 운용 방식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없었다.
주변에 먼저 퇴직한 동료들도 저마다 다른 금융사에 계좌를 열어둔 상태라 어디가 맞는 선택인지 비교할 기준조차 없었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박씨는 우선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에 개인형 IRP 계좌를 개설했다. 계좌 개설 자체는 신분증만 있으면 영업점에서나 비대면으로도 가능했다.
계좌번호를 회사에 전달하자 퇴직금은 며칠 내로 해당 계좌로 입금됐다. 다만 입금된 돈이 바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계좌 안에서 운용 상품을 지정해야 한다는 안내를 뒤늦게 받았다.
원리금 보장형(예금처럼 정해진 이자를 받는 상품)으로 둘지, 실적배당형(펀드처럼 운용 성과에 따라 금액이 변하는 상품)으로 옮길지 결정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별도 지정을 하지 않아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있는 기간이 꽤 길었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세금 문제였다. IRP 계좌로 이체된 퇴직금은 바로 세금을 떼지 않고 계좌 안에 머무는 동안 과세를 미루는 구조(과세이연)라는 점을 나중에서야 이해했다.
중도에 IRP를 해지하고 일시금으로 찾으면 퇴직소득세가 원래대로 부과되고,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세율 부분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을 상담 과정에서 들었다. 이 유불리는 수령 시기와 금액, 다른 소득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또 하나 헷갈렸던 점은 만 55세 이상이거나 퇴직급여 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에는 IRP를 거치지 않고 일반 계좌로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었다. 박씨는 나이 요건은 충족했지만 회사 규정과 절차상 IRP를 거치는 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연금을 언제부터, 몇 년에 걸쳐 받을지 정하는 부분도 헷갈렸다. 수령 기간을 짧게 잡을수록 매달 받는 금액은 커지지만 전체 수령 기간에 걸친 세금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퇴직 전에 미리 IRP 계좌를 어디에 개설할지, 기존 금융사 거래 실적이나 수수료 조건을 비교해두는 편이 좋다. 퇴직 시점에 급하게 정하면 비교할 시간이 부족하다.
운용 상품도 방치하지 말고 본인의 은퇴 시점과 자금 필요 시기를 고려해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 비중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직장을 거치며 IRP 계좌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면 통합 여부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관리에 유리하다.
세금 부분은 개인마다 소득 구조와 수령 시기가 달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연금 개시 전에 세무 상담이나 금융사 창구를 통해 본인 상황에 맞는 수령 방식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결론
퇴직금을 IRP로 받는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계좌 개설부터 운용 상품 선택, 수령 방식 결정까지 스스로 챙겨야 할 지점이 여러 곳에 있었다.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통지서를 받기 전부터 IRP 구조를 미리 이해해두는 편이 후회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