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아닌 한 지방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는 30대 후반 박모 씨는 지난해 겨울, 퇴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들어온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상대 운전자는 전치 6주 진단을 받았고, 경찰 조사와 함께 형사 절차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 씨는 그제야 몇 해 전 지인 권유로 가입해둔 한화 운전자보험을 다시 꺼내 들여다봤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박 씨 차량은 과실비율이 낮게 나왔지만, 상대방이 전치 6주 진단을 받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나 뺑소니, 12대 중과실(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 사고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정한 열두 가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심각성을 체감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합의를 권유받았고, 상대 측 변호사를 통해 형사합의금(교통사고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줄이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하며 지급하는 돈) 이야기가 오갔다. 박 씨는 이때 처음으로 운전자보험에 형사합의금 지원 특약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운전자보험을 그냥 자동차보험에 딸린 부가 상품 정도로만 여겼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박 씨가 가입해둔 상품은 한화 운전자보험 라인업 중 하나였는데, 가입 당시에는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골랐다고 한다. 사고 이후 보험사 고객센터와 담당 설계사에게 연락해 보장 내용부터 다시 확인했다.
형사합의금 특약, 변호사선임비용(형사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때 드는 비용) 특약, 벌금 특약 가입 여부를 하나씩 짚어가며 서류를 준비했다. 사고경위서와 진단서, 경찰 접수 확인서, 사고사실확인원 등을 제출하고 나서야 실제 보장 범위와 한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청구 과정에서 가장 번거로웠던 부분은 서류였다. 담당자는 형사합의금을 청구하려면 합의서 원본이나 공탁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고, 벌금 특약은 확정판결문이나 약식명령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사고 직후에는 정신이 없어 서류를 하나씩 챙기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크게 헷갈렸던 부분은 벌금 특약과 형사합의금 특약이 별개라는 점이었다. 벌금은 국가에 내는 돈이고 형사합의금은 피해자와의 합의에 쓰이는 돈이라서, 둘 중 하나만 가입돼 있으면 다른 쪽은 보장받지 못한다.
또 하나는 보장 한도였다. 특약별로 가입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사고 규모에 따라 실제 합의에 필요한 금액과 보장 한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정확한 한도와 보장 범위는 가입한 상품 약관마다 다르므로, 본인 증권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이 같은 걸 보장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담당자는 덧붙였다. 자동차보험은 주로 대인·대물 배상을 다루고, 운전자보험은 형사합의금이나 벌금, 변호사선임비용처럼 운전자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쪽을 메워주는 성격이 강하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운전자보험을 다루는 설계사들은 대개 가입 시점에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하라고 권한다. 형사합의금 지원 한도,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포함 여부, 그리고 벌금 특약 가입 여부다.
실손 성격의 다른 보험과 중복되는 항목은 없는지, 자동차보험 특약과 운전자보험 특약이 겹치는 부분은 없는지도 함께 점검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한다. 보험료만 보고 고르기보다, 본인의 운전 빈도와 출퇴근 거리, 차종 등을 고려해 보장 구성을 맞추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장거리 출퇴근이 잦거나 영업직처럼 하루 대부분을 운전하며 보내는 사람이라면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한도를 넉넉히 잡아두는 편이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운전자보험 갱신 조건이나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갱신형 상품이라면 몇 년 주기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고, 비갱신형이라면 처음 가입할 때 보험료 수준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박 씨는 결국 가입해뒀던 특약 덕분에 형사합의금 일부를 보장받았지만, 한도가 넉넉하지 않아 자비로 추가 부담한 금액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순간 보장 내용을 다시 읽어볼 여유는 없다는 걸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