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아들 차 열쇠를 받아 든 60대 초반 박모씨는, 평소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자기 명의 차가 없으니 자동차보험도 따로 들어둔 게 없었다. 혹시 몰라 아들에게 물어보니 아버지 차 보험엔 안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아들의 자동차보험은 가족 중 등록된 사람만 운전할 수 있도록 범위를 좁혀 보험료를 낮추는 가족운전자 한정특약(가족으로 등록한 사람만 운전 시 보장하는 특약)이 걸려 있었다. 박씨처럼 등록되지 않은 가족이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이 특약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보험사가 구상권(보험사가 대신 지급한 돈을 운전자에게 청구하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손주 등하원을 다시 부탁받은 박씨는 아들 차를 몰아야 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매번 아들 보험에 자신을 추가하자니 특약을 풀어야 해서 보험료가 오르고, 장기간 유지할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 단위로 가입하고 그날만 보장받는 원데이 자동차보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비슷한 상황은 명절에 형제 차를 잠깐 몰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느라 자녀 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생길 수 있다. 며칠에 한 번, 몇 시간뿐인 운전이라도 사고는 시간과 상관없이 일어난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박씨는 삼성화재의 애니카다이렉트를 비롯해 몇몇 보험사가 운영하는 원데이 자동차보험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차량번호와 운전자 정보, 이용 시간을 입력하면 스마트폰 앱에서 몇 분 만에 가입이 끝나는 구조였다. 보험료는 이용 시간과 보장 범위에 따라 달라졌고, 결제와 동시에 보장이 시작됐다.
가입 화면에서 운전자 나이를 입력하는 단계가 있었는데, 상품에 따라 가입 가능한 연령 상한이 정해져 있었다. 박씨는 몇 개 상품에서 조건을 확인한 뒤에야 자신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골라낼 수 있었다.
결제 전 화면에는 취소·환불 규정도 안내되어 있었다. 이용 시작 전이라면 대부분 취소가 가능했지만, 보장이 시작된 이후에는 환불 조건이 상품마다 달라 미리 읽어두는 편이 좋았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박씨가 가장 헷갈려 했던 부분은 원데이 자동차보험이 자동차종합보험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은 폭넓게 보장되는 편이지만, 자기 차량 손해나 자기신체사고(운전자 본인이 다쳤을 때 보장) 항목은 상품마다 보장 범위와 한도가 달랐다.
또 하나는 기존에 가입된 가족운전자 한정특약과의 관계였다. 원데이 보험에 새로 가입한다고 해서 아들 차 보험의 특약이 자동으로 풀리는 건 아니었다. 두 보험이 별개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처음부터 혼란이 덜했을 것이다.
보험료를 낼 때 어떤 상품은 당일치기만 되고, 어떤 상품은 며칠 연속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뒤늦게 알았다. 이용 기간을 짧게 잘못 설정했다가 다시 가입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보험 상담을 오래 해온 설계사들은 타인 차량을 일시적으로 운전할 계획이 있다면, 운전 전에 두 가지를 확인하라고 말한다. 먼저 차량 소유자의 보험에 가족운전자 한정특약 등 운전자 범위를 제한하는 특약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특약이 있다면 원데이 자동차보험 가입으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지, 보장 범위가 겹치거나 비는 부분은 없는지 함께 확인하는 게 순서다.
나이가 있는 운전자라면 가입 가능 연령을 상품별로 다르게 정해두는 경우가 있으니, 여러 상품을 비교하거나 가입 화면에서 조건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보장 한도와 보험료도 상품마다 차이가 있어 단순히 가입 속도만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조건을 비교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운전 빈도가 잦아지는 시기라면, 원데이 상품보다 가족운전자 범위를 넓히는 특약 변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루짜리인지, 반복될 일인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는 점을 함께 짚어보는 게 좋다.
박씨는 그날 이후로 아들 차를 몰 일이 생기면 미리 원데이 자동차보험부터 확인한다. 짧은 시간, 낯선 차라도 사고 위험은 똑같이 존재한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잠깐의 운전이라 해도 보장 공백이 없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결국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