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넘긴 박모씨(60대 초반, 가명)는 평소 운전대를 잡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손주를 봐주러 아들 집에 가는 날이면 아들 차 열쇠를 넘겨받아 운전할 때가 있다. 몇 달 전에도 아들 차로 손주를 소아과에 데려가다 접촉사고를 냈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사고 자체는 대단치 않았다. 병원 주차장에 들어서다 서행 중이던 옆 차 범퍼를 살짝 긁은 정도였다. 그 순간 박씨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했다.
박씨는 사고 직후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절차부터 물었다. 상담원은 우선 사고 접수 번호부터 받아두라고 안내했다. 그날 저녁 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아들도 특약 내용을 자세히는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상대 운전자와 연락처를 주고받고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는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들 차의 자동차보험에는 가족한정운전특약(부모·배우자·자녀 등 지정된 가족만 운전할 때 보장받는 조건부 할인특약)이 걸려 있었다. 다행히 부모도 가족 범위에 포함돼 보장은 됐지만, 박씨는 그제야 내가 보장 대상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사고 접수는 아들 명의 자동차보험으로 이뤄졌다. 대물배상(상대방 차량이나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항목) 처리가 됐고, 자기부담금(사고 시 가입자가 먼저 부담하는 금액) 얼마를 낸 것 외에 큰 부담은 없었다. 수리비 자체는 20만원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이 일을 계기로 박씨는 보험설계사와 상담을 잡았다.
앞으로도 자녀 차나 렌터카를 가끔 운전할 일이 있다면, 그날 하루만 가입하는 일일자동차보험(하루 단위로 가입해 해당 날짜의 운전만 보장받는 단기 자동차보험)을 알아보는 게 낫다는 설명을 들었다. 명의자의 보험 조건과 무관하게, 운전하는 그날만 따로 대인·대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요지였다.
설계사는 일일자동차보험이 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몇 분 안에 가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량 소유자의 사전 동의나 차량번호 등록 같은 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박씨가 가장 헷갈려한 부분은 운전자보험과 일일자동차보험을 같은 것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시 형사합의금(사고 상대와 형사상 합의할 때 지급하는 돈)이나 벌금, 변호사선임비용 등을 보장하는 상해성 보험으로, 보통 1년 이상 장기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반면 하루짜리 운전 위험을 막아주는 상품은 단기 자동차보험 쪽이다. 둘은 보장 목적도, 가입 기간도 전혀 다른 상품이었다.
또 하나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보장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특약 범위에 따라 부모·형제·며느리 등 포함 여부가 다르게 설정될 수 있어, 실제로는 보장 대상이 아닌 채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주말에 놀러 온 사위나 며느리가 잠깐 차를 대신 운전해 주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약 가입 여부는 자동차보험 증권이나 보험사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박씨는 그 전까지 증권을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보험 전문가들은 자녀 차나 지인 차를 가끔 운전하는 60대라면, 그 차의 자동차보험에서 자신이 실제로 운전자 범위에 포함되는지부터 확인해보라고 권한다. 한정특약에 이름이 없다면 사고 시 보상에서 제외되거나 보험사에 구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 빈도가 낮다면 매번 특약을 바꾸기보다, 그날그날 필요할 때 가입하는 일일자동차보험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렌터카를 빌려 장거리 여행을 갈 때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상품마다 가입 가능 연령, 보장 범위, 보험료 산정 기준이 달라 가입 전 약관과 보장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가입연령 상한을 두는 상품도 있어, 60대 이상이라면 가입 가능 여부부터 먼저 확인해두는 게 좋다.
보험료는 상품과 보장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몇 군데 조건을 비교해보고 정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운전을 자주 하는 편이라면 형사합의금 등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을 별도로 가입해두는 것도 함께 검토할 만하다.
결론
박씨는 이후 아들 차를 운전할 때마다 그날의 특약 범위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가족 차라고 해서 안심할 게 아니라, 내가 그 보험의 보장 대상인지부터 따져보는 게 먼저라는 걸 사고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