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43세)씨는 지난달 실손보험 갱신 안내문을 받고 눈을 의심했다. 작년보다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손해율 때문"이라는 답만 반복해서 돌아왔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박씨가 가입한 상품은 2015년에 가입한 2세대 실손보험이었다. 그동안 병원비 걱정 없이 편하게 다녔던 도수치료와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진료) 주사 치료가 꽤 잦았던 편이었다.
정작 본인은 큰 병을 앓은 적이 없어서 보험료 인상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갱신 안내문에는 "손해율 상승"이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 왜 자신의 보험료가 그렇게까지 올랐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주변에도 같은 시기에 갱신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다들 비슷한 인상 폭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제서야 박씨는 보험사에 직접 물어보는 대신 담당 설계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박씨는 설계사를 통해 그동안의 청구 내역을 다시 살펴봤다. 본인은 청구 건수가 많지 않았지만, 상담 과정에서 실손보험 전체의 손해율 구조를 처음으로 자세히 설명 들었다.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손해율이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보험사는 다음 해 보험료를 조정해서 균형을 맞추는 구조로 운영된다. 개인의 청구가 적어도 같은 상품군에 속한 다른 가입자들의 청구가 많으면 보험료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설계사는 이 구조를 은행 예금이 아니라 같은 위험을 나눠 지는 공동 계좌에 비유해 설명했다. 한 사람이 적게 쓰더라도 같은 그룹 안에서 많이 쓰는 사람이 늘면 전체 보험료가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박씨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매년 오르는 보험료가 개인 청구 이력과 별개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몰랐던 것, 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세대별 구조 차이였다. 2009년 10월 이전 가입은 1세대, 2009년부터 2017년 사이는 2세대, 2017년부터 2021년 7월 이전은 3세대, 그 이후 가입은 4세대로 나뉜다. 세대가 오래될수록 자기부담금(내가 먼저 내는 병원비 일부) 비율이 낮고 보장 범위가 넓은 편이다.
보장이 넓은 만큼 오래된 세대 가입자들의 청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처럼 일부 가입자가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진료 항목이 전체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설명이 특히 인상 깊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나는 별로 안 썼는데 왜 오르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개인별로 따로 정산되는 계약이 아니라 같은 위험군 전체를 묶어 보험료를 산정하는 구조라는 점을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세대가 다른 상품끼리는 손해율도 따로 관리된다는 점, 그리고 같은 세대 안에서도 특약 구성에 따라 갱신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역시 헷갈렸던 부분이었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보험 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배경으로 몇 가지 요인을 함께 꼽는다. 비급여 진료 중 일부 항목의 반복적인 이용, 고령 가입자 비중 증가, 오래된 세대 상품의 낮은 자기부담금 구조가 겹쳐서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가입자 입장에서 손해율 자체를 조정할 방법은 없지만, 본인 상품이 몇 세대인지와 자기부담금 비율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두는 것은 도움이 된다. 전환을 고려한다면 세대 간 보장 범위와 보험료 차이를 나란히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전환이 누구에게나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 기존 세대는 보장 범위가 넓은 대신 보험료가 비싸고, 최신 세대는 보험료가 낮은 대신 자기부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라서 본인의 병원 이용 패턴을 먼저 따져보는 편이 맞다.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라면 전환으로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만성질환이 있거나 비급여 진료를 자주 받는 편이라면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설계사와 함께 최근 몇 년간의 청구 이력을 정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본인이 실제로 어떤 항목에서 얼마나 자주 청구했는지 알아야 세대 전환이나 유지 중 어느 쪽이 더 맞는 선택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박씨는 결국 기존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본인의 병원 이용 빈도를 고려하면 지금 구조가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보험료 인상 통지를 받았을 때 이유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 손해율이라는 구조를 한 번쯤 이해해두면 다음 갱신 시점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