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담 게시판에는 해지환급금 120퍼센트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몇 년만 내면 낸 돈보다 더 많이 돌려받는다는 말처럼 들려서 눈길이 간다. 아래 사례는 실제로 그 문구를 보고 상담을 신청했던 30대 후반 직장인 지영 씨(가명)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지영 씨는 목돈 마련보다 사망보장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부모님이 혹시 모를 때 가족한테 부담 주지 말라고 권한 것도 이유였다. 마침 만난 설계사는 10년납 단기납(짧은 기간에 보험료를 다 내는 방식) 종신보험을 권하면서 10년 이후 해지하면 낸 돈의 120퍼센트 넘게 돌려받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영 씨 입장에서는 사망보장도 받고 나중에 환급도 더 받는다니 손해 볼 게 없어 보였다. 다만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것인지는 자세히 묻지 않고 넘어갔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가입은 이렇게 진행했다
계약 전 설계사가 보여준 건 공시된 해지환급률(낸 보험료 대비 돌려받는 돈의 비율) 예시표였다. 표에는 5년 시점, 10년 시점, 15년 시점의 환급률이 각각 다르게 나와 있었고, 100퍼센트를 넘는 구간은 특정 시점 이후부터였다. 그 이전 구간은 환급률이 100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지영 씨는 이 표를 보고서야 120퍼센트라는 숫자가 전체 계약 기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예시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사망보장이 필요했던 터라 계약 자체는 그대로 진행했다. 서류에는 해지환급률이 공시이율(보험사가 매달 발표하는 적용 금리)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고, 사업비와 해지공제 항목도 별도로 표시돼 있었다.
가입 직후에는 청약철회기간이 있다는 안내도 함께 받았다. 지영 씨는 서류를 다시 한번 집에서 찬찬히 읽어본 뒤에야 예시표의 조건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서명 당일 바로 이해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확인하는 편이 나았다는 것이다.
몰랐던 것 · 헷갈렸던 것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환급률이 약속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공시이율이 낮아지면 예시표의 환급률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지영 씨는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이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정확히 이해했다.
또 하나는 중도해지 시점이었다. 표에서 100퍼센트를 넘는 시점 이전에 해지하면 낸 보험료보다 적게 돌려받는 구간이 훨씬 길었다. 즉 해지환급금이 납입 보험료를 넘어서는 시점까지는 오히려 손실 구간이라는 뜻이다. 지영 씨는 이 구간의 길이를 처음 상담 때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급률과 예정이율, 공시이율 같은 용어도 서로 헷갈렸다고 한다. 셋 다 비슷해 보이지만 계약에 적용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설계사에게 각 용어가 예시표의 어느 숫자에 영향을 주는지 하나씩 짚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이해에 도움이 됐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보험 상담을 오래 해온 설계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지점이 있다. 환급률 숫자만 보지 말고 그 숫자가 몇 년 시점 기준인지, 공시이율이 바뀌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약 전 예시표로 직접 확인하라는 것이다. 예시표는 가입 설계서에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자리에서 요청해 받아보는 편이 좋다.
또한 단기납 종신보험은 애초에 저축이 아니라 보장이 목적인 상품이라는 점도 짚는다. 환급률이 높아 보이는 구간만 보고 목돈 마련 수단으로 접근하면, 중도에 자금이 필요해질 때 해지 시점을 잘못 잡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가입 목적이 사망보장인지 저축인지부터 스스로 정리해두는 편이 헷갈림을 줄이는 방법이다. 필요하다면 환급률 구간별 수치를 담당 설계사와 함께 표로 짚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험사별로 예시표의 세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한 곳의 설명만 듣고 판단하기보다 두세 곳을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이때 비교 기준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적용되는 시점과 조건이어야 한다.
지영 씨는 결국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120퍼센트라는 숫자만 보고 판단했다면 훗날 해지 시점을 잘못 골라 후회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지환급률은 상품 안내의 일부일 뿐, 계약 전 공시된 예시표와 조건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