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웹디자인 일을 하는 30대 박모 씨는 매년 5월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종합소득세 신고 시즌마다 어떤 자료를 챙겨야 할지 매번 새로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간편장부(수입과 지출을 간단한 양식에 기록해 사업소득을 계산하는 장부 방식)를 직접 써보기로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보험료 관련 공제 문제를 발견했다.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서류 정리가 뜻밖의 공부거리가 된 셈이었다.
(위 사례는 다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
박씨는 몇 년째 3.3%를 떼고 용역비를 받는 사업소득자였다. 근로소득자였던 회사원 시절에는 연말정산 때 보험료 세액공제 항목을 별생각 없이 챙길 수 있었다. 프리랜서로 전환한 뒤에도 실손의료보험과 저축성 성격의 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전처럼 연말정산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몇 년을 지내는 동안 그는 세금 신고를 늘 마감 직전에 몰아서 처리해왔다. 지출 영수증을 따로 정리해두지 않아 매번 기억에 의존해 항목을 채워 넣었고, 보험료도 그중 하나였다.
간편장부 대상 여부는 업종별로 직전 과세기간 수입금액 기준에 따라 나뉜다. 박씨처럼 수입 규모가 크지 않은 프리랜서 상당수는 복식부기(자산·부채·자본 변동까지 기록하는 정식 장부) 대신 간편장부로 신고할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한다. 신고 방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는 세무사와 처음으로 상담을 받게 됐다.
청구/가입 이렇게 진행했다
세무사는 먼저 박씨의 사업 관련 지출과 개인 지출을 구분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사업장 임차료, 장비 구입비, 통신비처럼 사업과 직접 관련된 비용은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업무용으로 쓰는 사무실에 든 화재보험료나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배상책임에 대비한 보험료도, 사업과 관련성이 인정되면 필요경비로 처리할 여지가 있었다.
문제는 박씨가 예전부터 유지해 온 실손의료보험과 종신보험이었다. 이 두 보험은 개인의 건강과 생활을 보장하는 상품이라 사업 경비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됐다. 세무사는 간편장부를 작성하면서 사업 관련 지출 항목만 정리하고, 개인 보장성보험은 별도로 처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몰랐던 것·헷갈렸던 것
가장 크게 헷갈렸던 부분은 보장성보험료 세액공제였다. 근로소득자는 연말정산에서 특별세액공제 항목으로 보장성보험료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사업소득만 있는 프리랜서는 종합소득세 신고 구조상 이 항목을 적용받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회사원 시절의 기억만 믿고 있던 박씨에게는 뜻밖의 소식이었다.
세무사가 정리해준 구분은 대략 이런 식이었다.
- 사업장 화재보험이나 영업배상책임보험처럼 사업 자체를 보장하는 보험은 필요경비 인정 여부를 개별적으로 검토한다.
- 실손의료보험이나 종신보험처럼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는 보험은 사업 경비가 아닌 개인 지출로 분류된다.
- 노란우산공제(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제 제도)처럼 사업소득자를 위해 설계된 공제성 상품은 필요경비가 아니라 별도의 소득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
대신 세무사는 노란우산공제 같은 대안을 언급했다. 사업소득이 있는 개인사업자가 가입하면 납입한 공제부금이 소득공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검토해볼 만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다만 가입 조건과 공제 한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개별 확인이 필요했다.
전문가라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세무 전문가들은 소득 형태가 바뀌면 그동안 익숙했던 절세 방법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는 적용받는 공제 항목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 상품은 보장 목적과 절세 목적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기장 방식을 간편장부로 선택했다고 해서 지출 증빙을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과 관련된 지출이라면 세금계산서나 카드매출전표 같은 증빙을 평소에 챙겨두는 습관이 신고 때 도움이 된다.
사업과 직접 관련된 보험은 필요경비 처리 가능성을 세무사와 함께 확인하고, 개인 보장을 위한 보험은 소득 형태에 맞는 공제·소득공제 제도를 별도로 찾아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보험 가입 목적이 세금 혜택인지 보장인지를 먼저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한 출발점이다.
간편장부는 단순히 장부를 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소득 구조와 지출 항목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보험료 하나도 소득 형태에 따라 공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신고 전에 한 번쯤 꼼꼼히 확인해보는 편이 좋다.